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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천국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줄거리/ 감독

by CthreePO 2023. 8. 29.
콘크리트 유토피아

1. 줄거리

1970년대 서울에서 아파트 건설이 시작되면서 도시가 변화하고, 그 변화가 계속되어 현재의 모습으로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런 대지진으로 인해 서울은 파괴되었고, 민성이 살고 있는 황궁 아파트 103동만이 유일하게 남아있습니다. 이는 콘크리트 더미로 변한 도시 속에서 유일하게 우뚝 서 있는 생존자의 상징과도 같았습니다. 대지진 후, 아파트 주민들은 재난 표준 매뉴얼을 뒤져도 대처 방법을 모르고, 민성은 아내 명화와 함께 생존 방안을 강구합니다. 그러나 옆 아파트에서 살던 여성이 자식과 함께 민성의 집에 피신하게 되고, 이후 민성은 생존에 필요한 물품을 구하기 위해 로비로 내려가지만 현금이 전혀 소용 없는 상황에서 시계를 거래하여 식량을 얻습니다.아파트 주민들 사이에 외부인 문제로 다툼이 일어나는 가운데, 민성은 식량인 통조림을 분실하게 되지만 바퀴벌레 때문에 다른 주민들도 손대지 못하게 됩니다. 이후 집으로 돌아온 민성과 명화는 어렵게 구한 식량인 통조림을 공유하며 애정을 나눕니다.
 
다음날 회의에서 외부인 수용 문제가 다시 제기되고, 영탁이 임시 주민 대표로 선출됩니다. 하지만 외부인 추방 문제는 여전히 화두로 남아있습니다. 이어서 발생한 화재 사건 후 입주민들은 외부인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투표를 진행하며 최종적으로 외부인 추방이 결정됩니다. 투표 후, 아파트 주민들과 외부인들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며, 영탁은 입주민들을 이끌어 외부인들의 퇴거를 요청합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무력 충돌이 일어나게 되고, 영탁과 다른 입주민들의 노력으로 겨우 외부인들을 밀어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단결하게 행동하며 "아파트는 주민의 것"이라는 구호를 외치지만, 명화만은 불안한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아파트 주민들은 영탁의 지휘 아래 생존을 위한 다양한 조치를 취하며, 일정한 규칙과 체계를 세우고 방범대도 구성한다. 하지만 방범대원들의 사기는 점차 꺾이며, 슈퍼마켓 약탈 작전에서 위협적인 상황에 처하지만 민성의 기지로 남자를 제압하고 식량을 확보합니다. 한편, 명화는 아파트에 숨어있던 외부인들을 발견하고 도와주기로 결심합니다. 이 모든 과정 속에서 황궁 아파트 생존자들과 외부인 사이의 갈등은 점점 심화되어갑니다. 아파트 주민들은 방범대의 약탈로 얻은 식량으로 잔치를 열며 단합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합니다. 잔치 중에 방범대원이 외부에서 다가오는 여성, 혜원을 발견하게 되고, 그녀는 지진 후로 처음으로 아파트로 돌아온 것이었습니다. 원래 아파트 주민인 혜원은 다른 외부인들과 달리 환영받으며 새롭게 편입되지만, 영탁에 대해 모른다고 말하는 그녀에게 영탁은 불안함을 느낍니다. 이어서 영탁은 신년사를 전하며 주민들을 다시 한번 단결시키고, 윤수일의 '아파트' 노래를 부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이 과정에서 영탁의 과거가 회상되면서 그의 변화된 모습이 드러납니다.
 
영탁은 사실 아파트 사람이 아닌 택시기사 모세범으로, 황궁아파트를 매수하려다 사기를 당한 사람이었습니다.그는 지진이 나던 날 자신이 돈을 입금했던 진짜 김영탁에게 돈을 받으러 황궁아파트로 향했습니가. 몸싸움이 벌어지고 진짜 김영탁이 거실에 있던 바둑판 꼭짓점 부근 모서리에 뒤통수를 세게 박게 됩니다. 이후 모세범이 그를 살해했습니다. 그때 마침 지진이 발생해 서울이 폐허가 되어 갈 곳이 없어졌고, 얼떨결에 본인이 진짜 902호 김영탁 행세를 하며 아파트 주민 대표가 된 것이었습니다. 한편, 명화는 외부인을 숨겨주고 있던 도균의 집에 화분 밑에 몰래 식량을 숨겨서 가져다 줍니다. 영탁은 이를 목격하지만, 이때는 당장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묵인합니다. 그리고 영탁은 자신의 본 목적인, 배급을 받아오는 혜원을 만나 인사를 건네고는 그녀의 집에 난로를 건네 준다는 빌미로 자연스럽게 들어갑니다.영탁은 별다른 물리적 위협 없이 '어제 왜 아저씨 모른다고 했어?' '아저씨 알아, 몰라?' 정도의 일반적인 말이었지만, 분위기가 달라진 것을 느낀 혜원은 이것이 협박임을 직감하고 그를 아는 것 같다고 대답합니다.
 
아파트의 내부를 '방역'하기로 마음먹은 영탁은 주민들을 이끌고 도균의 집에 찾아갑니다. 결국 도균의 집에서 발견된 외부인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조리 아파트 밖으로 끌려나와 추방당했고, 도균 역시 끌려갑니다. 이들을 도와준 명화 역시 혐의에서 무사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에 다급해진 민성은 명화에게 여기서 쫓겨나면 우리 둘 다 죽는다며, 제발 가만히 있으라 말 한뒤 영탁을 만납니다. 그리고 영탁 앞에 무릎까지 꿇고 아파트를 위해 분골쇄신할 것을 다짐하며 용서를 빕니다. 지진의 여파로 완전히 메말라버린 한강을 넘어 어느 백화점에 도착한 방범대. 민성이 자원하여수색한 끝에 몇 개월은 버틸만한 식량을 찾아냅니다. 이 와중에 민성은 명화에게 선물로 줄 샤넬 머리핀까지 챙긴다. 그러나 복귀 도중에 외부인들의 조직적인 습격을 받아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맙니다.다행히 영탁의 침착한 지휘와 사격으로 전멸은 피했지만, 얻은 식량도 거의 잃고 사상자만 데리고 아파트로 돌아옵니다.
 
이후 외부인에게 복수할 공격대를 꾸리려는 영탁이지만 명화가 이를 가로막습니다. 알고 보니 명화와 혜원이 진짜 영탁의 시체를 발견한 것. 명화는 영탁 앞에 진짜 영탁의 지갑을 던지며 영탁의 정체가 바퀴벌레임을 폭로합니다. 이에 주민들이 동요하는 가운데 충격 받은 민성이 영탁에게 해명을 요구하지만, 영탁은 울부짖으면서 저 진짜 영탁에게 사기를 당한 거고, 등기만 안 됐을 뿐이지 내 집이나 마찬가지라며 소리 칩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영탁을 내쫓으려 하고,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나타난 외부인들이 줄로 잡아당기면서 방벽이 허무히 무너지고, 아파트를 목표로 외부인들의 기습 공세가 펼쳐지면서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됩니다.
 
한편, 외부인들이 쳐들어오자 싸움에 휘말리지 않고 숨은 민성과 명화지만, 곧 외부인들이 쫓아오자 결국 민성은 칼에 찔리는 중상을 입고 맙니다. 중상을 딛고 겨우 일어난 영탁은 잠시 쉬겠다며 자신의 집인 902호까지 올라가지만 결국 부상을 이기지 못하고 거실에 쓰러져 가족 사진을 보면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합니다. 이후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사람들이 아파트를 단체로 떠나는 모습이 보인다 아파트를 떠난 민성과 명화는 외부인들의 수색을 피하며 폐허를 떠돕니다. 주운 샤넬 머리핀을 명화에게 선물로 준 민성은 자신이 잘 한 일 이 바로 명화와 결혼한 것이라며 애정을 표하고, 둘은 그렇게 잠자리에 듭니다. 그러나 다음 날, 민성은 과다출혈로 사망하고 만 것. 이에 슬피 울던 명화를 지나가던 사람들이 발견합니다.
 
사람들은 콘크리트로 민성의 간이 무덤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고, 명화에게 갈 데가 없으면 자신과 같이 가자고 얘기합니다. 이에 그들을 따라간 명화는 그들의 거처인, 완전히 옆으로 누워버린 아파트에 도착해 주먹밥을 배급 받습니다. 이에 그냥 살아도 되는 거냐고 묻는 명화지만, 명화를 데려온 여자는 왜 그걸 자기에게 묻냐고, 살아 있으면 사는 거지라고 대답합니다. 이후 누워버린 아파트 근처에 사람들이 거처를 꾸리고 생활하는 모습과, 뒤틀린 지반 위에 콘크리트 더미 폐허로 가득한 서울을 비추면서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막은 내려집니다.
 

2. 감독

엄태화
감독이자 대표감독으로 참여한 영화들의 감독인 박찬욱 감독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구체적인 유토피아에서 드러나며, 평소 미장센 속에서도 수직적 구도와 깔끔한 조명 처리로 섬세하고 아름다운 영상미, 노골적이면서도 노골적이지만 박찬욱 감독의 성향도 강합니다. 폭력에 대한 불편한 묘사, 영화 속 세심한 상징과 이중선. 그러나 많은 차이점이 있습니다. 강렬한 예술성과 화려한 편집, 어두운 색감으로 비현실적이고 극단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박찬욱에 비하면 엄감독의 색은 옅고, 편집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고, 화면은 자연스럽고 대중적입니다. 이런 점들을 포함해 봉준호 감독과의 유사점은 절제된 폭력성, 자연스러우면서도 만화적인 연출, 블랙 코미디 같은 유머, 상당히 암울한 전개, 상상력 넘치는 소재와 판타지적 요소, 현실을 추구하는 연출, 자연스러우면서도 꼭 필요한 연출입니다. 가끔씩 터지는 감정의 묘사도 비슷합니다.